[조선일보][기고] 악플 막으려면 사이버 명예훼손 형량과 벌금 높여야(25.02.10)
관리자
민병철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선플재단 이사장)
민병철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선플재단 이사장)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다”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말에 모든 이가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이 연결의 실을 끊어내는 언어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악플(hate comment)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악플은 단순히 인터넷 댓글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관계를 단절시키며, 심지어 생명까지 앗아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악플이 현재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까지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제주항공 참사에서 악플은 유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비극적인 사고로 이미 깊은 고통을 겪고 있던 유가족들은 악플로 인해 상처가 더해졌다. 근거 없는 비방과 혐오의 댓글은 그들의 아픔에 더해 치유의 시간조차 박탈하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모 방송사의 기상 캐스터의 죽음도 악플이 하나의 원인으로 제기됐다. 이제 악플은 단순히 온라인상의 윤리 문제를 넘어 실제 생명과 정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다. 우리 사회가 언어의 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악플과 혐오 발언을 개인의 윤리 문제를 벗어난 사회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교육에서의 혁신을 찾아야 한다. 현재 수능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학문적 지식을 넘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가치관과 도덕을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부터 인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둘째, 사회봉사 실적을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에 반영시켜야 한다. 청소년들이 인성교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봉사 활동 실적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고, 기업에서는 채용 시 봉사 활동 기록을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는 인성이 결여된 실력자보다는 인성을 갖춘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규정되어 있고 모욕죄는 1년, 성적인 모욕은 2년의 징역형으로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독일의 경우 혐오 표현을 방치한 인터넷 사업자에게도 최대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형량 강화와 책임 확대의 사회적 요구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악플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도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응원의 글을 달아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당신은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절대 죽어서는 안 돼”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라는 응원의 댓글을 다는 것이다. 유명인들이 악플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지속되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런 비극의 반복은 응원과 배려의 댓글로 막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막말과 증오, 직장 괴롭힘의 악플을 멈추고, 사과(apology)와 선한 댓글(kind comment)을 통해 끊어진 관계를 복원해 나가야 한다. ‘우리를 잇는 실’이 아름다울수록 우리 사회도 더욱 아름답고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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