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고 3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추웠지요. 저도 오빠가 지금 군에 가 있는데 이런 날이면 먼 곳에서 고생할 오빠 생각이 많이 나네요. 평소에 오빠 여자친구가 내 몫까지 잘 해다 바치기 때문에 오빠는 내 생각은 별로 하지 않겠지만요. 사실 저도 편지 한 장 써 준 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기회에 오빠에게도 써줘야겠어요.
오빠가 집에 있을 때는 같이 놀기도 많이 놀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언제나 오빠가 나한테 져 줬던 기억들뿐입니다. 아끼던 기타 줄을 실수로 끊어먹었을 때는 야단맞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잡다한 심부름을 시키며 부려먹는 선에서 끝내 주는 아량을 가진 오빠는 지금은 뭘 하고 있을란지? 아 그래도 기타 줄이 그런 걸로 갚아지지는 않지요. 스트링 값은 제대로 다 줬답니다. 얼마 안 해서 다행이었지만요.
그 기타도 지금 주인 없이 놀고 있는데, 오빠가 빨리 사회에 나와서 자기 할 거 하고 기타도 치고 즐기면서 살았음 좋겠어요. 군대는 남자들 다 가는 데라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얼마나 고생이예요. 그런 말부터가 군인 경시 풍조를 낳는 거라고 생각해서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민방위까지 마친 사람도요. 음.. 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오빠를 비롯한 전국의 국군장병들이 전역하고 난 뒤에 신입생한테 추파를 던지거나 해서 연서복(연애에 서툰 복학생) 취급을 받는 센스없는 아저씨 선배가 되지 않길 바라며 편지를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